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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의 과학 리터러시-3가지 함정에 속지 않는 법

by Legend of Reeds | 7월 19, 2025 | Review | 0 comments

0년 전 과학자가 예견한 정보 판별의 기술


한 달 전의 선택,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발견

우리 독서 모임이 인문학습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첫 번째 책으로 선택했다. 내 주요 관심사였을 뿐만 아니라 리처드 도킨스라는 이름이 표지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상을 이해하는 것도 리터러시다.

책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이 책은 1995년, 무려 30년 전에 출간된 『How Things Are』의 번역본이었다. 31명의 과학자와 사상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책. 처음엔 다소 실망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이 2025년 현재에도 놀라울 만큼 유효한 지혜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가 첫 번째 챕터에서 던진 질문은 지금 이 순간, 정보 과부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가 말하는 과학적 사고도 우리가 익혀야 할 리터러시다.

“타당한 근거와 잘못된 근거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30년 전 질문이 2025년에 더 중요한 이유

도킨스의 질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다소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이것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리터러시의 핵심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뉴스 기사를 스크롤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시청하며, SNS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소비하는 우리. 그런데 이 모든 정보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도킨스는 30년 전에 이미 이 문제의 해답을 제시했다.


도킨스의 증거 판별법: 3가지 함정을 피하라

알고 있는 지식이나 누군가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답은 ‘증거(근거)’다. 그런데 잘못된 믿음을 주는 나쁜 근거도 있다. 도킨스가 제시한 “좋지 않은 증거”의 세 가지 유형을 보면, 마치 현재의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생산 메커니즘을 예언한 것 같다. 우리가 전통이나 권위에 얼마나 맹목적으로 따르는지 생각해보면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1. 전통(오래된 믿음)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이렇게 해왔으니까 옳다”

전통에 대한 잘못된 믿음도 우리 사회에 널렸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바로 제사다. 나는 일찍부터 아버지 제사를 모셨다. 큰집 제사에도 아버지 대신 참석했다. 제사는 우리 부부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형제가 없어 혼자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아내는 많이 힘들어 했다. 제삿날만 다가오면 아내는 자주 짜증을 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달래느라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나는 왜 참석해야 하는지 아니 왜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도킨스의 경고처럼 어릴 때 어른들이 물려준 전통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코로나가 그 전통을 흔들어버렸다. 여러 명이 모이는 것이 금지되었다. 제사에 가지 않아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즈음 제사에 대한 성균관 발표가 있었다. 설이든 추석이든 한상 가득 올리는 제사상은 전통이 아니라고 했다. 명문가는 오히려 단촐했다. 구한말 양반 신분을 산 사람들이 양반임을 내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음식을 늘렸다고 했다. 내가 여태 그걸 따라했다고?

장례 전통도 미심쩍었다. 재작년에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난생 처음 장례식장 계약을 하러 갔다. 그런데 불교식으로 할 건지 기독교식으로 할 건지 묻는 게 아닌가. 나는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니 유교식으로 해달라고 했다. 계약 상담을 하던 분은 눈이 뚱그래지며 나를 봤다. “유교식 장례는 없는데요?”

전통에 대한 믿음이 옅어졌다. 이제 추석 차례는 없애고 성묘만 한다. 설에는 떡국과 우리 먹을 음식만 올린다. 기제사 음식도 많이 줄였다. 아내가 조리하는 음식은 거의 없애 버렸다. 제사 지내는 날이면 온종일 바빴던 아내였지만 요즘은 여유가 넘친다. 왜 진작 이럴 생각을 못했을까?

2. 권위(중요한 사람의 말)

“○○ 전문가가 말했으니까 맞다”

나는 권위에 복종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중에도 많다.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사회의 발전 수준에 비해 턱없이 얕다. 그러니 전체주의의 위험성 따위는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대신 내면에는 조선시대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심지어 사대주의까지 닮았다.

우리나라에는 윤리 따위는 내팽개친 법조인이 많은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국회에 법조인이 너무 많은 것은 많은 국민들이 법조인의 권위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닐까?

3. 계시(육감에서 나온 믿음)

“내 직감이 그렇다고 말한다”

어떤 미친 녀석은 허무맹랑한 허위 주장을 하고선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간증이 많다”는 헛소리를 했다. 더 한숨이 나오는 것은 그 헛소리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통, 권위, 계시 이 세 가지는 놀랍게도 현재 우리 주변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허위정보가 의존하는 논리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과학적 리터러시의 실전 적용법

그렇다면 도킨스가 제시한 “좋은 증거”의 기준을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예측 → 가설 → 관찰 결과 비교

이 간단한 공식을 정보 소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1. 예측 단계: “이 정보가 맞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2. 가설 단계: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3. 비교 단계: “실제 관찰 가능한 증거가 이를 뒷받침하는가?”

실제 적용 사례

유튜브 건강정보를 접했을 때:

  • 예측: “이 음식을 먹으면 정말 콜레스테롤이 낮아질까?”
  • 가설: “임상실험 데이터나 의학 논문이 있을까?”
  • 비교: “실제 연구 결과와 유튜버의 주장이 일치하는가?”

부동산 투자 조언을 들었을 때:

  • 예측: “이 지역이 정말 오를까?”
  • 가설: “개발계획, 인구변화, 교통인프라 등 객관적 지표가 있을까?”
  • 비교: “과거 비슷한 조건에서의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

리터러시는 선택이 아닌 생존기술

“리터러시 literacy는 단지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에서 더 나아가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적응 및 대처하는 능력으로 그 개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조병영, 2021)

리터러시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덕목’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리터러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필수 생존기술이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 것인가,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가.

30년 전 도킨스가 제시한 과학적 사고의 기준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어떤 이야기나 주장을 접했을 때, “전통, 권위, 계시 때문에 믿는 것은 아닐까? 어떤 근거가 있는가?”라고 자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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